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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부석 여환숙
대구시 중구 남산동에 살고 계시는 전몰 미망인 할머니 제68회 6·25을 맞아 오만 원 주고 콜택시 대절하여 올해도 어김없이 다부동 전적기념관 명각비를 찾아오셨다 신혼 5개월 만에 6·25가 터지고 마을 이장님이 가지고 온 ‘징병통지서’ 지나가는 바람도 숨을 멈춘다.
새신랑이었던 할아버지 ‘내 잠시, 다녀오마!’ 하고 훌쩍 가버린 뒤 그것이 이승의 마지막이 될 줄 그때는 몰랐다. 조각난 세월을 끼워 맞추며 늙은 시부모님 모시고 시동생, 시누이 짝지어 보낸 어느 날 백골상자로 돌아왔다. 끈 없이 보낸 칠십 평생 어제만 같은데 등 굽은 팔순의 흰머리 할머니를 할아버지는 알아보실까? 할아버지 이름이 새겨진 구국용사 충혼비 명각비 앞에 참 소주 한잔 올려놓고 비문을 쓸어내리며 ‘끈이라도 하나 있음’.. 노을빛도 피를 토해낸다 무심히 서 있는 노송은 말이 없고 할머니 굽은 어깨위로 내려앉은 노을은 망부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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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환숙(시인, 세계문인협회칠곡지부장)
-전 칠곡군청(구상문학관) 근무
-2008년 4월<월간 문학세계․시 세계>신인문학상으로 등단
-2010년 제10회 동서커피(맥심)문학상 수상
-구상선생기념사업회 이사
-칠곡문화원 이사
-국사편찬위원회 칠곡군 사료조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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