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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편의 詩] 설날세계문인협회칠곡지부장 여환숙 시인

기사입력 2017.02.01 2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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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설날

     

                                                 권영우

     

    뒤 뜰 청솔더미에 목욕한 해 묵은 석양이

    동쪽 하늘 붉은 때때옷으로 치장하고

    대청마루에 새해 복(福), 한 광주리 걸어놓는다

     

    날마다 맞이하는 무덤덤한 햇살이

    오늘 아침은

    가난한 가슴에 부푼 꿈을 가득가득 안겨온다

     

    섣달그믐 묵은 때를 열심히도 벗기시던

    어머니는

    밤새도록 지극 정성 차례 상을 준비하였다

    설빔하는 어머니 무릎에 누워

    자지 않으려 용쓰다 깜박 잠든

    새해 새 아침 설날 어둑새벽

    개구쟁이 동생이 찬물에 세수하고

    할아버지 할머니께 넙죽 세배를 드린다.

     

    큰누나가 지어준 색동 주머니에

    깜빡깜빡하시는 할머니의

    손때 묻은 무지개 알사탕이

    주머니를 두둑하게 채우는 오늘은 설날이다

     

    소식 없는 대처의 둘째형을 기다리는

    어머니의 애끊는 정성이 담긴

    떡 국 한 그릇

    삼신할미에게 공양되는 오늘은 설날이다

     

    동네 어귀를 들어오지 못해 망설이던

    떠돌이 새가

    하얀 눈밭에 걸린 청솔가지에서 밤새 울다가

    일 년 365일 눈물로 지새운

    어머니 치마폭에 용서를 비는 오늘은 설날이다

     

    그렇다, 먹지 않아도 배부르고

    모든 걸 용서해주고 용서받고

    그리운 가족 사랑을 주고받으며

    정겨운 희망의 닻을 올리는 오늘은 설날이다

     

     

    ‘어머니의 애끊는 정성이 담긴 떡국 한 그릇’ 설날은 어머니입니다. 개구리도 잠에서 깨어난다는 입춘이 오는 4일이네요. 만물이 생동하는 새 봄, 새 마음으로 맞으시길 바라며 정유년 올해는 모두가 건강하고 행복하시길 빕니다.

     

     

     

    여환숙(시인, 세계문인협회칠곡지부장) 

    -전 칠곡군청(구상문학관) 근무

    -2008년 4월<월간 문학세계․시 세계>신인문학상으로 등단

    -2010년 제10회 동서커피(맥심)문학상 수상

    -구상선생기념사업회 이사

    -칠곡문화원 이사

    -향토경북 칠곡군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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