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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편의 詩] 다부원(多富院)에서세계문인협회칠곡지부장 여환숙 시인

기사입력 2015.06.01 1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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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부원(多富院)에서

     

                                                  조 지 훈

     

     

    한 달 농성(籠城) 끝에 나와 보는 다부원은

    얇은 가을 구름이 산마루에 뿌려져 있다.

     

    피아 공방의 포화가

    한 달을 내려 울부짖던 곳

    아아, 다부원은 이렇게도

    대구에서 가까운 자리에 있었고나

     

    조그만 마을 하나를

    자유의 국토 안에 살리기 위해서는

    한 해살이 푸나무도 온전히

    제 목숨을 다 마치지 못했거니

    사람들아 묻지를 말아라!

     

    이 황폐한 풍경이

    무엇 때문의 희생인가를.

    고개 들어 하늘에 외치던 그 자세대로

    머리만 남아 있는 군마의 시체.

     

    스스로의 뉘우침에 흐느껴 우는 듯

    길옆에 쓰러진 괴뢰군 전사.

     

    일찍이 한 하늘 아래 목숨 받아

    움직이던 생령(生靈)들이 이제

    싸늘한 가을바람에 오히려

    간 고등어 냄새로 썩고 있는 다부원

    진실로 운명의 말미암음이 없고

    그것을 또한 믿을 수가 없다면

    이 가련한 주검에 무슨 안식이 있느냐.

     

    살아서 다시 보는 다부원은

    죽은 자도 산 자도 다 함께

    안주(安住)의 집이 없고 바람만 분다.

     

     

     

     

    * 6월은 호국 보훈의 달입니다.

    65년 전 55일 동안 시산혈하로 붉게 물들었던 유학산 다부동전투 그 날의 포화 속에서

    산화하신 호국영령들에게 두 손 모아 명복을 빕니다.

     

     

    여환숙

    (시인, 세계문인협회칠곡지부장)

     

    전 칠곡군청(구상문학관) 근무

    2008년 4월<월간 문학세계․시 세계>신인문학상으로 등단

    2010년 제10회 동서커피(맥심)문학상 수상

    구상선생기념사업회 이사

    칠곡문화원 이사

    향토경북 칠곡군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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