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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상 시인 1주기 맞아 추모문집 간행

기사입력 2006.09.22 1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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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상 시인 1주기 맞아 추모문집 간행
    지난해 작고한 구상 시인

    왜관 구상문학관서 추모행사도 열어

    (서울=연합뉴스) 정천기 기자 = 지난해 5월 11일 작고한 구상(1919-2004) 시인의 1주기를 맞아 추모문집 '홀로와 더불어'(나무와숲)가 출간됐다.

    문집에는 김태길 학술원장, 전숙희 한국현대문학관 이사장, 극작가 한운사, 시인 홍윤숙 김남조 성찬경 씨, 강영훈 이수성 전 국무총리, 최서면 국제한국연구원장 등 사회 각계의 원로들과 생전에 가깝게 지냈던 지인, 제자, 유족들이 쓴 진솔한 글 102편이 실려 있다.

    문인은 물론이고 학자, 정치인, 신부, 수녀, 스님에 이르기까지 각계 각층의 인물이 쓴 생생한 추모의 글에는 구상 개인의 삶뿐 아니라 우리 현대사의 한 자락을 엿볼 수 있는 일화들이 가득 담겨 있다.

    원산에 살았던 1930-40년대부터 1950년대 피난지 대구와 시적 고향인 왜관 시절, 1960년대 이후 서울 시절과 1970년대 하와이 대학 초빙교수 시절, 이후 작고하기까지 그의 삶에 얽힌 이야기들이 다양하게 펼쳐진다.

    김태길 학술원장은 1970년대 초 구상 시인에게서 강아지 한 마리를 얻었다가 홍역예방주사를 제대로 접종하지 못해 잃은 뒤 30여 년 간 그 사실을 밝히지 못했던 작은 일화를 공개한다.

    구상 시인이 생전에 동생이나 조카처럼 대해줬다는 김시철 시인은 부인을 잃은 뒤 좋은 배필을 소개하려 애썼던 고인을 회상한다. 두 사람은 급기야 '문인 과부 클럽'을 만들기 위해 독신자 문인들을 조사하기까지 했으나 구상 시인의 병이 악화되고 김시철 시인이 강원도 산골로 은둔하는 바람에 유야무야됐다고 한다.

    문학평론가 임헌영 민족문제연구소장은 1974년 박정희 정권에 반대하는 문인들을 당국이 '문인 간첩단'이란 사건에 연루시켜 재판정에 세웠을 때 구상 시인이 증인으로 전격 출두해 무죄를 증언한 일을 글로 남겼다. 구상 시인은 박정희 전 대통령과 무척 가까운 사이여서 그가 증인으로 나올 것인지 우려되던 상황이었다. 5·16 직후 박 전 대통령이 그에게 고위직을 제안했을 때 거절하고 경향신문 도쿄지국장으로 떠난 일화도 유명하다.

    천재화가 이중섭의 후견인 역할을 한 것이라든지, '걸레스님' 중광이 사회적 물의를 일으켜 돌팔매질 당할 때 옆에서 힘이 됐던 사연, 박삼중 스님과 사형수 돕기에 나섰던 일, 작고하기 직전 장애우 문학지 '솟대문학'에 2억원을 기증한 일 등 참다운 자유인이자 성자와 같은 삶을 살았던 구상 시인의 따뜻하고도 올곧은 삶이 다양한 글을 통해 드러나 있다.

    구상 시인의 1주기를 맞아 12일 경북 왜관읍 구상문학관에서 추모문집 헌정, 추모시 낭송, 고인의 육성 청취, 문학강좌 등으로 꾸민 추모행사가 마련된다. 이어 20일 오후 6시 30분 서울YWCA회관 대강당에서 '홀로와 더불어' 출간기념회와 한국인물전기학회 주최 '구상의 생애와 사상' 발표회가 함께 열린다. 544쪽. 2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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