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nt color=royalblue face=굴림 size=3>[독자가 보내온 한 편의 詩]<font color=gray size=3>허공에 심연을 응시하던 그 눈빛 <오정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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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문화

[독자가 보내온 한 편의 詩]허공에 심연을 응시하던 그 눈빛 <오정국>

 

허공에 심연을 응시하던 그 눈빛

      구상시인 작고 10주기 부쳐

 

                                                             오정국  

 

영원속의 오늘은

스승께서 굽어보시던 한강의 물결처럼

저렇듯 무심하게 10년을 흘렀지만

흰 수염의 너그러운 가르침과

대쪽 같은 꾸짖음

어찌 잊혀지는 물결이 되겠나이까.

 

언어에도 혼(魂)이 있으니

기어(綺語)의 죄를 경계하라 하셨듯이

스스로를

언어의 수도원에 유폐시키고

시 구절 하나하나를

구도(求道)의 몸 곳곳에 새기셨지요.

 

시와 시인과 행동을 일치시킨

시대의 사표(師表), 그러나 이런 말로는

스승의 고뇌를 표현할 길 없습니다.

 

적군묘지에서 눈물을 흘리시며

좌우 이념의 무지함을 일깨워주시고

전란과 독재 정권, 역사의 질곡과

맞섰던 것이니, 홀로와

더불어

 

이 땅에서의 구원을 부르짖고

오늘부터 영원 속의 천국을 살아야 한다.

평생토록

초월과 번민의 십자가를

힘겨운 두 어깨로 받드셨던 것이지요.

 

잠깐씩 허공을 응시하던 그 눈빛은

어느 피안을 더듬었던 것일까요?

지친 세상살이 인간군상을

거기에다 옮겨놓고

대속(代贖)의 참회록을 쓰셨던 건 아닌지요?

 

스스로에겐 준열했지만

언제 어디서나

네가 앉은 자리가 꽃자리라던

그 말씀, 미욱한 제자의 오늘 하루를

봄빛 푸른 강가에 세워두고 있습니다.

 

통회(痛悔)의 강이자

명상의 일터로 삼으셨던

곳, 강물은

무심한 듯 흘러가지만

울컥하고 목 메이는 물결입니다

세세연연 새로워지는 물빛입니다.

 

 

 

지난 5월 11일 안성추모공원에서

구상시인 작고 10주년 추모행사에 다녀왔습니다.

그 날 한서대 문예창작학과 오정국 교수님의 헌시 입니다.

우리군 민선 6기 출범을 축하 드리며

새로운 7월 나무와 같이 건강 하시고 꽃 같이 행복 하세요.

 

 

 

2013110191848.JPG

여환숙

(시인, 세계문인협회칠곡지부장)

 

전 칠곡군청(구상문학관) 근무

2008년 4월<월간 문학세계․시 세계>신인문학상으로 등단

2010년 제10회 동서커피(맥심)문학상 수상

구상선생기념사업회 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