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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기고] 카노사의 굴욕

기사입력 2013.12.06 1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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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세유럽, 교황의 권위에 도전한 절대 권력자인 독일 황제 하인리는 어린 아들을 대리고 눈 덮인 알프스 산을 넘어 이탈리아의 카노사 대 수도원에 거처하고 있는 로마 교황 그레고리우스 7세를 찾아 3일간 머리를 조아리며 굴욕적인 용서를 구했다.

     

    이 사건은 왕권에 대한 교황권의 우위가 뒤바뀌는 상징의 역사적 사건으로 로마 교황권은 신성불가침의 권위로 부상하면서 200여년간 성전이라는 이름하에 참혹한 전쟁으로 이어지는 십자군 원정의 빌미를 제공하였다.

     

    로마의 여러 교황들은 이교도에 지배당한 그리스도 형제를 구한다는 명목으로 특히, 아루비누스 교황은 신의 명령으로 십자군 원정에서 이슬람교도에 점령당한 옛 예루살렘 성도를 탈환하면서 수만 여명이 거처하는 성곽의 옛 도시를 파괴하고 남자는 참형하면서 아녀자는 유태인 상인에게 인신매매를 하였다.

     

    교황이기 전에 인간 카인의 원죄적 유혹에서 벋어나지 못하고 정치적 세속에 깊이 빠져버린 것이다. 이러한 시대적 부끄러움과 함께 성전의 참혹함은 그리스도교의 빛나는 과거사에서 시대적 역사의 안타까움이 아닐 수 없다.

     

    십자군 원정과 함께 그 후유증으로 터키를 중심으로 한 동로마교회가 이슬람화 되면서 이교도의 천국이 되었으며, 그리스와 러시아는 정교회로 분리되고 영국은 성공회로 결별을 선언하였다. 이와 함께 루터에 의한 종교혁명은 신기독교 물결에 휩싸여 반석위의 로마 교회가 크게 위기를 맞이한 시대적 아픔이라 하겠다.

     

    천년을 지켜온 로마제국의 황제들도 무자비한 종교탄압과 십자가의 박해를 거듭한 그리스도교를 결국은 국교로 인정하고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구약성서에서 그리스도와 이슬람교는 유태교와 함께 아브라함 자손의 한 뿌리이기에 하느님을 공유한 지구촌 최대의 종교화를 이룩하면서 정신문화의 발전과 함께 교회는 인류문명의 보편적 가치를 끝임 없이 창출하고 있다.

     

    얼마 전, 정의구현 사제단의 시국선언에서 선량한 우리군인과 양민을 학살한 야만적 연평도 포격만행을 저지른 그들을 정당방위라 하고, 또한 공권력으로 검찰에서 선거의 잘못을 조사 중인 사건을 부정선거라고 하면서 막무가내로 대통령 퇴진을 강요하니 아집과 독선의 중세 유럽의 교황권보다 더욱 횡포한 우월적 변증법의 논리가 아닌가! 분노에 앞서 애틋한 연민의 정을 느끼게 한다.

     

    세계적 규모의 국립묘지가 비목과 함께 숙연함을 더하게 하는 냉정한 오늘에도 횡포한 북한의 3대 세습 왕조는 불안을 증폭하고, 화약고와 같이 우리들의 머리맡을 섬뜩하게 하고 있다.

     

    사회정의라는 편리한 잣대로 무책임한 신부님들의 망언은 상식적인 도를 넘었고, 이는 평화로움의 누림과 흥청한 만끽의 자유로움에 겨운 실낙원의 만용일까?

     

    온고지신(溫故知新)의 지혜로운 화두를 베개 삼아 과거의 시대적 잘못된 역사의 거울을 통하여 현재를 배우고 그 현명함을 바탕으로 사회적인 책임을 다함이 백성이 먼저해야할 의무라 하겠다.

     

    사랑과 배려로 하느님을 대리한 사제직은 우리들 사회의 정신적 지주요 목회자이면서 공인중의 마지막 보루가 아닌가? 다시 한 번 정의구현 사제단 신부님들의 잘못된 시국관을 개탄하면서 자성을 촉구해본다.

     

     

    2013년 11월 29일 매원 곡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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