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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기고] 베네딕도 성자와 백장스님

기사입력 2013.11.01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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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자가 천국에 들어가는 것은 낙타가 바늘구멍을 지나는 것보다 더 어렵다는 성경의 말씀처럼 그리스도는 카인의 피가 흐르는 아담과 이브의 원죄적 후예인 인간들의 타락을 예언 했다. 구원의 메시아와 함께 베드로를 통해 천국의 열쇠까지 주었지만 중세 유럽서는 왕권에 비해 교황권의 사회적인 누림은 절대적 우위였다.

     

    성전이라는 이름하에 이교도와 치러진 참혹한 전쟁 참사의 역사는 교황청 제정 빈곤과 함께 돈으로 모든 죄를 사해주는 면제부를 주는 등 로마의 가톨릭은 종교적 혼란과 혼돈으로 방황한 위기의 한 시대가 있었다.

     

    평화와 구원을 목적으로 하는 하느님의 교회가 무질서와 타락함에 환멸을 느낀 배네딕도는 조용한 수도자의 길을 걸으며, 깊은 산 계곡에 유명한 몬테카시노 수도원을 세우고 공동체 운영의 기본 강령으로 노동을 강조하면서, “기도가 곧 노동이며 노동이 곧 기도”라는 규약을 정하고 계율과 함께 금욕주의를 철저히 지켰으나, 수도원 내 수도자들은 엄격한 규칙에 불만을 토로하면서 포도주를 독배로 만들어 베네딕토 성자를 살해 위협까지 했다.

     

    그러나 베네딕도는 위기의 그리스도교를 구원하고자 서릿발 같은 정진을 강구하고 임종이 가까움에도 노동의 징표인 장화를 신은 채 하느님의 제단 앞에서 구세적 마지막 기도로 선종을 맞이했으며, 오늘날 서구 유럽의 수도원들이 대부분 성 베네딕도 규칙을 따르는 지침의 주춧돌이 됐다. 이로 인해 수도자의 아버지이며 스승의 표상으로 오늘날까지도 존경을 받을 뿐만 아니라 성자의 반열에까지 올랐다.

     

    인도의 불교는 부처의 말씀인 팔만대장경 법문을 통해 세상을 구원하고 제도하면서 그 부흥의 여세로 서방정토의 걸출한 초조(初祖) 1대 달마스님에 의해 동방에 불교를 전파하면서 많은 고승을 배출했으며, 그 후 법맥은 부처의 경지에 이른 당나라 6대 혜능스님의 탄생으로 중국 선(禪)불교의 중흥과 함께 꽃을 피웠다.

     

    하지만 윤회적 흥망의 수레바퀴 역사에서 민중불교를 통해 어렵고 가난한 백성들을 포교하는 불법을 전파하기보다 무사안일의 왕실 궁중 불교에 대한 아첨과 집착으로 부귀영화에 사로잡힌 불교의 타락을 걱정한 백장스님은 “일일부작(一日不作) 일일불식(一日不食)”의 유명한 백장청규라는 최초의 공동체 법규를 만들고 불교의 초석을 더욱 다졌다.

     

    “백장청규(白杖靑規)”, 즉 하루 일을 하지 않으면 하루 한 끼의 밥도 먹지 않는다는 규약이다, 백장이 노구의 몸으로 매일 노동의 현장에서 일하는 모습을 안타깝게 여긴 제자들이 어느 날 호미와 괭이를 감추어 버렸다.

     

    그날 하루 종일 백장은 식사를 하지 않고 참선 정진하는 모습에 감동하여 제자들이 농기구를 다시 돌려주었다는 일화는 오늘의 풍요와 안일을 함께 누리며 살아가는 우리 모두에게 시사 하는바가 크다고 하겠다.

     

    가난뿐인 유산의 건국과 함께 암흑의 어려운 시대에 개신교회가 구원과 희망의 빛인 복음을 전도 하면서 빠른 교세 확장과 급속한 신앙인의 증가로 인해 장안의 화제는 세계인을 놀라게 했다. 또 한 번의 놀라움은 일부 목사의 세습에 의한 이전 투구식 부끄러운 재산의 상속과 함께 최근에는 자식이 시중 잡배들보다 못한 스캔들은 사회적 모범의 상징인 목회자 가계로서의 처신이 낯 뜨거움과 함께 민망을 더하고 있다.

     

    그리스도교는 소돔과 고모라를 통한 세상의 종말론으로 인간의 타락을 경고 했고, 불교의 부처는 오백세 천세마다 탐,진,치(嗿嗔恥)욕망에 사로잡힌 인간을 구제하고자 미래의 미륵불 탄생을 예고했었다. 모든 종교는 평범한 상식의 생활종교가 되어야 할진데 맹신과 광신을 강요하고 절대적 신앙을 추구 하면서 여러 종교들이 아집과 독선의 횡포와 함께 사회적 많은 상처와 아픔을 주었다.

     

    평상심(平常心)이 도(道)라고 가르친 공자의 제자들이 인생의 삶과 죽음에 대하여 물었다. 공자인 스승의 대답은 오늘을 삶을 모르면서 내일의 인생을 나 역시 모르는데 삶을 모르면서 죽음의 세계를 내 어찌 너희들보다 더 잘 알겠는가? 그러나 하늘에 죄를 지으면 하늘이 반드시 천(天)벌을 내릴 것이라고 분명히 갈파했다.

     

    노동의 신성함을 강조한 베네딕도의 모범적 공동체 규약은 기도와 노동을 같이 하면서 부지런함을 강조했고, 백장스님의 백장청규인 행동 실천 강령은 근면 성실하게 살아갈 것을 무언의 행동으로 역설했다. 항상 노동을 함께하면서 건강하게 밥 잘 먹고 번뇌 없이 잠 잘 자는 삶이 평범한 우리들 모두의 삶에서 꼭 필요한 평상심의 도라고 할 수 있겠다.

     

    2013년 10월 25일 매원 곡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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