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그 집 박경리 빗자루병에 걸린 대추나무 수십 그루가 어느 날 일시에 죽어 자빠진 그 집 십오 년을 살았다 빈 창고같이 휭덩그레한 큰 집에 밤이 오면 소쩍새와 쑥국새가 울었고 연못의 맹꽁이는 목이 터져라 소리 지르던 이른 봄 그 집에서 나는 혼자 살았다 다행히 뜰은 넓어서 배추 심고 고추 심고 상추 심고 파 심고 고양이들과 함께 정붙이고 살았다 달빛이 스며드는 차거운 밤에는 이 세상 끝의 끝으로 온 것같이 무섭기도 했지만 책상 하나 원고지, 펜 하나가...
빛이 내려오다 여환숙 기산면 영리 금학마을 길상사는 봉화산 달암산 도고산 삼각점으로 금빛 나는 학과 미륵이 나왔다하여 금학이다 신선이 살아야 산이고 용이 살아야 신령한 강이며 나눔과 사랑이 있어야 내 집이다 인생은 꽃 자연은 변화하는 슬픔 한 번도 멈추지 않는 약속의 땅 자연에 시간을 맞추어야 잘 살 수 있다 오늘 천개의 눈과 천개의 손을 가진 어머니 관음전에 빛으로 내려오시네 10월 15일 오후 2시 기산면 영리 금학(지...
늙은 어머니의 발톱을 깎아드리며 이승하 작은 발을 쥐고 발톱을 깎아드린다 일흔다섯 해 전에 불던 된바람은 내 어머니의 첫 울음소리 기억하리라 이 발로 아장아장 걸음마를 한 적이 있었단 말인가 이 발로 폴짝폴짝 고무줄놀이를 한 적이 있었단 말인가 뼈마디를 덮은 살가죽 쪼글쪼글하기가 가뭄못자리 같다 굳은살이 덮인 발바닥 딱딱하기가 거북이 등 같다 발톱 깎을 힘이 없는 늙은 어머니의 발톱을 깎아드린다 가만히 계세요 잘못하면 다쳐요 어느 날부터 말을 잃어버린 어머니 고...
▲ 중국에 있는 광개토대왕 비. 흘승골성/여환숙 중국 길림성 환인 현에는 고구려 첫 도읍지 오녀산(졸본)성은 우거진 숲속에 잠들어있다 광개토태왕릉비에 따르면 시조 왕이 북부여를 떠나 남쪽의 염리대수(송화강)를 건너 비류국(혼 강) 홀본(忽本)의 서쪽 산 위에 성을 쌓고 도읍을 세웠다 바로 오녀산성(五女山城)이다. 해발800m 천연지세를 이용하여 쌓은 흘승골성은 고구려 특유의 퇴뫼식 축성으로 광개토태왕릉비문에는 홀 본부여(忽本)으로 표기되어 있...
초토의 시14 구상 자네가 간 후에도 이승은 險하기만 하이. 나의 마음도 고약만 하여지고 첫째 덧정없어 이러다간 자네를 쉬이 따를것도 같네만 極惡無道한 내가 간들 자네와 이승에서듯이 만나 즐길겐가 하구 곰곰중일세. 깜짝추위에 요새 며칠 感氣로 누웠는데 忘憂里 무덤속에 자네 뼈다귀들도 달달거리지나 않나 애가 달지만 이건 나의 괜스런 걱정이겠지. 어쩧든가 봄이 오면 잔디도 입히고 꽃이라도 가꾸어 줌세. 밖에 나가면 만나는 친구들마다 어두운 얼굴들이고 利錫이만은 당(장)가를 ...
시인과 함께 인문학마을을 여행하는 ‘칠곡인문열차’ 행사가 지난 4일 북삼읍 어로1리에서 개최했다. 이번 인문열차는 대구사이버대에서 공부하는 서울지역 늦깎이 학생 100명이 신청해 칠곡의 인문학을 체험했다. 이들은 오전 8시 서울에서 무궁화호 열차를 타고 한국대표시인인 정호승 시인과 함께 ‘인생이야기’라는 주제로 독자와의 대화의 시간을 가진 뒤, 칠곡군에 도착해서는 호국평화기념관을 둘러보며 호국평화의 고장인 칠곡에 대해 알아가는 시간을 가졌다. 또 보람할매연극단...
벌써 6월입니다. 66년전 6월은 폭풍속에 휘말려 천지가 개벽 했습니다. 그 때 나라를 지키다 전사한 수백만의 호국영령에게 두 손 모아기도 합니다. 고맙습니다. 건강 하세요. 여환숙(시인, 세계문인협회칠곡지부장) -전 칠곡군청(구상문학관) 근무 -2008년 4월월간 문학세계․시 세계신인문학상으로 등단 -2010년 제10회 동서커피(맥심)문학상 수상 -구상선생기념사업회 이사 -칠곡문화원 이사 -향토경북 칠곡군이사
사한국문인협회 칠곡지부는 6월5일 오후 6시30분 칠곡군 왜관읍 호국의 다리 입구에서 ‘제18회 낙동강문화제’를 개최한다. 낙동강문화제는 6.25전쟁에서 낙동강 전투와 다부동 전투 등 많은 전투의 상혼을 남긴 칠곡군의 역사적 아픔을 되새기며 칠곡문협과 칠곡군민이 함께 평화를 염원하는 문화제로 열린다. 1부 행사인 의식행사와 구상시인의 적군묘지 앞에서라는 기념시 낭송에 이어 2부에는 시낭송, 무용, 성악, 합창 등 다채로운 문화 공연이 열린다. ...
경북도가주최하고 칠곡문화원이 주관하는 경북선비아카데미가 지역민의 꾸준한 관심과 참여로 올해로 5년째로 운영되고 있다. 경북선비아카데미는 한국정신문화의 근간이 된 경북의 선비사상을 현대적으로 계승, 발전시켜 건전한 가치관과 정신문화를 확립하고 경북의 유교사상을 21세기 새로운 시대정신으로 재조명하고자 함에 그 의의가 있다. 6월 1일 개강식은 경북독립운동기념관 김희곤 관장의 공개강좌로 이루어질 예정이며 교양과정은 6월 3일부터 3개월간 진행될 예정이다. -경북의 혼魂...
신록新綠 구상 머리에 흰 서리를 이고 뜨락 은행나무의 신록을 바라본다 신록을 바라보며 지난 겨울 앙상하기 해골 같던 나목裸木을 머리에 떠올린다 싱그럽고 눈부신 푸르름 속 그 어디에 조락凋落을 재촉하는 발길이 감춰져 있단 말일가? 저 나무가 해마다 봄이면 소생을 거듭하는 것을 필시 그 뿌리가 성해서이지! 다가오는 너의 죽음도 부활을 누리려면 마음의 뿌리가 썩지 않아야 한다. 속살 비집고 올라온 연두는 생명입니다. 줄기와 가지 속 발동기 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