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구석을 그리다 여환숙 4살 먹은 시은이 오늘은 어린이 집에서 미술시간에 자기 집 예쁘게 그리기다 ‘시은이’는 뭘 그렸니?’ 선생님 물음에 씨 ~ 익 해 맑은 웃음을 지으며 돌아 본 시은이 ‘예 ~ 선생님 집구석을 그렸어요. 뭐 집구석이라고? 예 우리 할머니가 집구석이라고 그랬어요.’ 할머니란 말에 선생님은 박장대소하며 ‘어디 보자’ 시은이가 그린 그림은 시은 집과 식구들을 표현하느라 조개 같은 손으로 꼬물꼬물 애쓰는 모습이 아기천사다 ‘시은아 설...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여환숙 제55회 자유수호웅변대회가 있는 날 봄이 왔다 6·25전쟁 이후 국민학교 시절 ‘때려잡자 김일성, 쳐부수자 공산당’ 그 때는 그랬다. 판문점 군사분계선 정주영 회장이 소1001마리를 이끌고 북으로 넘어갔던 소떼방북의 길 오늘 1953년생 평화의 소나무 심으며 합토합수合土合水로 ‘평화와 번영을 심다’ 다지며 화합을 기원하고 있다 통일이 되면 부산에서 아침 먹고 서울에서 점심 먹고 평양냉면으로 저녁을 먹을 수 있다는...
망부석 여환숙 대구시 중구 남산동에 살고 계시는 전몰 미망인 할머니 제68회 6·25을 맞아 오만 원 주고 콜택시 대절하여 올해도 어김없이 다부동 전적기념관 명각비를 찾아오셨다 신혼 5개월 만에 6·25가 터지고 마을 이장님이 가지고 온 ‘징병통지서’ 지나가는 바람도 숨을 멈춘다. 새신랑이었던 할아버지 ‘내 잠시, 다녀오마!’ 하고 훌쩍 가버린 뒤 그것이 이승의 마지막이 될 줄 그때는 몰랐다. 조각난 세월을 끼워 맞추며 늙은 시부모님 모시고 시동생, 시누이 짝지...
고모역(顧母驛) 구 상 고모역을 지나칠 양이면 어머니가 기다리신다. 대문 밖에 나오셔 기다리신다. 이제는 아내보다도 별로 안 늙으신 그제 그 모습으로 38선 넘던 그 날 바래주시듯 행길까지 나오셔 기다리신다. 천방지축 하루해를 보내고 책가방에 빈 도시락을 쩔렁대며 통학차로 돌아오던 어릴 때처럼 이제는 아버지가 돌아가실 때만큼이나 머리가 희어진 나를 역까지 나오셔 기다리신다. 이북 고향에 홀로 남으신 채 그 생사조차 모르는 어머니가 예까지 오셔서 기다리신다. ...
엄마가 휴가를 나온다면 정채봉 하늘나라에 가 계시는 엄마가 하루 휴가를 얻어 오신다면 아니 아니 아니 아니 반나절 반시간도 안 된다면 단 5분 그래, 5분만 온대도 나는 원이 없겠다. 얼른 엄마 품속에 들어가 엄마와 눈 맞춤을 하고 젖가슴을 만지고 그리고 한 번이라도 엄마! 하고 소리 내어 불러보고 숨겨놓은 세상사 중 딱 한 가지 억울했던 그 일을 일러바치고 엉엉 울겠다. 계절의 여왕인 5월 온 천지가 만화방창입니다. 엄마 없이 어린이날과 어버...
민들레 구상 철길 굄목 사이 자갈을 뚫고 돋아난 민들레 한 포기 열차가 지나칠 적마다 먼지와 매연에 눈이 짓무르고 굉음에 귀가 멍멍해지고 가슴이 철렁 내려앉고 반 넋을 잃곤 한다. 그래도 계절마다 잎새를 벌리고 줄기를 뻗고 꽃을 피우고 갓털을 갖추었다 이제 그 씨앗들은 바람에 날려서 저 푸른 들판에 싹을 틔울 것이다. 삼천리금수강산이 만화방창으로 천지를 물들입니다. ‘자갈을 뚫고 돋아난 민들레’처럼 한반도의 평화정착을 위한 ...
레클리스 하사 몽고종 암말인 군마(軍馬)레클리스는 미 해병 1사단과 중공군 120사단을 몰살시킨 영웅이다. 한 때 서울 신설동 경마장에서 경마주마로 트랙을 누볐던 레클리스는 한국명 아침 해로 6·25전쟁으로 운명이 바뀐다. 지뢰를 밟아 다리를 잃은 누나에게 의족을 사주려고 미 해병대 에릭패더슨 중위에게 250달러 팔려 해병대 입대한 아침 해 암 갈색 몸매에 하얀 얼굴을 한 레클리스가 연천 네바다 전투에서 빗발치는 총탄을 뚫고 전투병에게 생명과도 같은 포...
구 두 송찬호 나는 세상을 하나 샀다 그것은 가죽으로 만든 것이다 날 뛰는 내 발을 집어넣기 위해 만든 작은 감옥이었던 것 처음 그것은 발에 너무 컸다 한동안 덜그럭 거리는 감옥을 끌고 다녀야 했으니 감옥은 작아져야 한다. 새 가 날 때 구두를 감추듯 새장에 모자나 구름을 집어넣어 본다. 그러나 그들은 언덕을 잊고 보리이랑을 세지 않으며 날지 않는다. 새장에는 조그만 먹이통과 구멍이 있다 그것이 새장을 아름답게 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나는 오늘 새 구두를...
칠곡문화원은 11월 13일(월) 저녁 7시 칠곡군민회관 3층 대강당에서 창작연희 ‘그거라도 내 놓으슈’를 선보인다. 이 작품은 칠곡지역 민담과 설화를 희곡화해 연극을 배우는 어르신과 풍물동아리가 합동으로 팀을 구성 만들었다. ‘그거라도 내 놓으슈’는 좁쌀 한 알을 가지고 과거시험을 보러 서울로 간 총각이 반복적이고 엉뚱한 사건을 겪으면서 정승 사위가 되고, 글공부를 열심히 해 훗날 경상도 감사까지 됐다는 지역민담 ‘곱사등이 총각’을 희곡화 한 창작 공연이다. 칠국문...
내가 어둠이라면 당신은 별입니다. 김대원 내가 수라면 당신은 수틀이예요 나는 아름다울 수 있지만 당신 없이 안돼요 내가 어둠이라면 당신은 별입니다. 당신은 빛날 수 있지만 당신은 나 없이는 못해요 우리는 따로 떨어져서는 아름다울 수 없습니다. * 2017년 구상솟대문학상 수상자인 김대원 시인을 소개 합니다. 김대원 시인은 중증 장애인으로 입에 문 전자펜으로 시를 씁니다. ‘내가 어둠이라면/당신은 별입니다’ 시인은 이슬을 먹고사는 존재라는 환상적인 미화가 와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