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이여 구상 이리 곱고 정한 꽃인데 진흙 속에 뿌리를 내리고 시궁창을 내 집으로 삼아도 아침저녁으로 맑은 숨을 쉬느니. 사람들이 버리고 외면한 그 찌꺼기 배설한 것들 속에서도 오히려 내 양분을 취하느니 그 몸은 물방울 하나도 헛되어 빌붙지 못하게 하거늘 무어라 이름 할 수 없는 신선함에 먼지 하나 범할 수도 없고 숨소리도 죽여야 하느니, 이 청청한 고운 님의 경지에 해와 달이 함께 빚어낸 꽃이라 선학이 꿈을 꾸고 있는지 세상이 아무리 험난하고 역겨운 일들...
4월 어린싹과 어린순, 어린잎과 어린꽃들이 산과 들, 뜨락과 행길에서 일제히 푸른 불길을 뿜고 있다. 온 천지가 눈부시게 환하다. 따스하고 훈훈하다. 누가 이 달을 잔인하다고 탓하지? 너의 마음의 황폐를 계절에다 돌리지 말라! 눈감고 어둡다고 하지들 말라. 4월은 자혜의 어머니, 풋것과 어린것들의 세상. "4월은 자혜의 어머니" 라는 말이 가슴에 와 닿습니다. 속살비집고 올라온 연두는 우리모두의 꿈...
고택의 석류 대구시 중구 서문로 2가 11번지 이상화 고택에 천년의 미소가 있다 햇살 맘껏 먹다가 터질 듯 속살 비집고 나온 붉은 알갱이 와르르 쏟아질 것 같다 닫힌 어둠에 화랑을 꿈꾸었던 민족시인 주먹이 굵어야 몸이라도 던져 우리 언어를 지킬 수 있다고 했다 가을구름 가든 길에 작은 새 허공을 물고 날아온다. 머나먼 타향 땅에서 고향의 풍습을 따라 화창한 봄 축제날에 작은 새를 놓아주네 비록 한 마리 새지만 산 것에 자유를 주...
무이 산에 오르다 하문에는 바다위의 정원이 있다 한 때는 해적들 소굴이었다가 명차를 구하기 위해 아편전쟁까지 겪은 고랑서 암초가 파도에 부딪히면서 나는 소리가 북소리 같다고 한다. 대륙에서 어디 향할지 몰라 허둥거리던 바람은 무이 산에 오른다. 무이 산은 북쪽에서 남쪽으로 뻗어 120리 36봉 37암석을 아홉 구비를 휘 돌아 흐르는 무이 구곡있다 구곡에서 미끄러진 바람은 옥녀봉과 장군봉을 지나 고기를 낚는 강태공과 고월인 을...
새해기도 빛을 따라 하늘 길을 걸었다 검은 성모 마리아상 오른손에 든 구슬을 만지면 소원을 이룰 수 있다 나폴레옹이 스페인을 점령했을 때도 신자들이 목숨 걸고 지킨 카탈루냐 수호신 검은 성모마리아 십자군을 피해 위프레도 백작도 은둔했던 해발 천 삼백 미터 몬테라스 거룩한 산은 성 베네딕도회 산타마리아 몬테라스 대수도원을 받치고 있다 기암괴석 동굴 속 검은 성모 마리아 발현지에서 전례를 통해 신운을 만나 축주와 염화의 미소로 ...
소 통 - 만리장성에 붙여 - ‘만리장성에 오르지 못하면 사나이가 아니다’란 말이 있다. 1만1300리의 성 우주에서도 볼 수 있다는 계단 하나하나가 무덤이다 동쪽 보하이 만의 신하이관에서 시작하여 서쪽 타클라마칸 사막의 자위관에서 마침표를 찍는 인류가 만들어낸 최고의 토목걸작품이다 오늘도 창장은 말없이 흐르고 강심과 황하는 천양의 조화 속에 혼융을 이루며 청렬한 기류로 영산회상을 부르며 신운의 기세로 용트림한다. 중화의...
가을입니다 당신에게 가을을 선물합니다. 먼 나라의 사원을 맴돌다 온 착한 바람이 열 오른 대지의 이마를 짚어 줍니다. 이제, 온 산하가 울긋불긋 열꽃 가득 피우고 익을 대로 익어 툭툭 터지는 밤송이의 비명 인류 최초의 음악은 비명이라는 솔직한 이 계절을 선물합니다. 가을입니다 * 온 천지가 만산홍엽입니다. 아름다운 이 가을 내장산 내장사 화재 소식은 너무 안타깝게 느껴집니다. 몇 해전 ...
황초荒草 창마 묘지 소금 짐을 진 사내가 산으로 올라오고 있다 주인도 없이 해가 풀어놓은 고요가 아침 햇살을 갉아 먹고 있다 우뚝 선 사내 무너지는 간절함에 혼을 씹는다. 자연으로 돌아가는 것이 인간성 회복이라 균열간 틈새 갈비뼈 사이로 바람이 분다 잔뜩 움켜쥐고 있던 인연하나가 손바닥으로 빠져 나가 그 곳에서 경계를 만들고 경계는 더 나아갈 수 없는 또 다른 약속 흩트려진 황초는 거미줄 같다 * 황금물결은 하루하루가 다릅니다. 한가위 잘 보내셨는...
석 류 여환숙 석류꽃 피는 유월 한 낮에 초 여름비 내린다 때 아닌 핫이불처럼 두텁게 펼쳐진 초록의 숲으로 농녹색 물감 줄줄 흘러내린다 자욱하니 석류꽃 붉은 꽃잎 터져 나온다 누가 점점이 뿌린 것인가 저리 선연한 진홍빛 웃음들, 반들반들 반짝이는 다소곳한 얼굴 살며시 내미는 붉디붉은 꽃잎 유년 지난 계집애 눌러도 눌러도 솟아나던 내내 눈물겨운 가슴앓이 빛깔 같다 수줍어 차마 수줍어 입술 깨물며, 끝내 속으로 삭인 맨...
새로운 전략과 아이디어 그리고 공생적 파트너의 주인이 되기 위한 전국지역인터넷신문 대표단이 김천에 모여 발전을 위한 세미나를 개최했다. 김천 백수문학관 세미나실에서 31일 전국 150여개 지역인터넷신문사를 대상으로 (주)뉴스코리아네트워크 주최로 마련된 ‘새로운 전략과 아이디어 그리고 공생적 파트너의 주인’이라는 주제로 김윤탁 회장이 진행했다. ▲ 박보생 김천시장 이날 세미나에 앞서 박보생 김천시장이 참석하여 “강원도 속초, 홍천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