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은 어머니의 발톱을 깎아드리며
이승하
작은 발을 쥐고 발톱을 깎아드린다 일흔다섯 해 전에 불던 된바람은 내 어머니의 첫 울음소리 기억하리라 이 발로 아장아장 걸음마를 한 적이 있었단 말인가 이 발로 폴짝폴짝 고무줄놀이를 한 적이 있었단 말인가 뼈마디를 덮은 살가죽 쪼글쪼글하기가 가뭄못자리 같다 굳은살이 덮인 발바닥 딱딱하기가 거북이 등 같다 발톱 깎을 힘이 없는 늙은 어머니의 발톱을 깎아드린다 가만히 계세요 잘못하면 다쳐요 어느 날부터 말을 잃어버린 어머니 고개를 끄떡이다 내 머리카락을 만진다 나 역시 말을 잃고 가만히 있으니 한쪽 팔로 내 머리를 감싸 안는다 맞닿은 창문이 온몸 흔들며 몸부림치는 날 어머니에게 안기어 일흔다섯 해 동안의 된바라 소리 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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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하 시인(중앙대 문창과 교수)은 구상 시인의 중앙대 제자입니다. 지난 8월31일 서울에서 구자명 소설가와 은평구문학회에서 구상문학관을 다녀갔습니다. 지독한 열꽃을 피우던 올 여름, 가을의 문턱에서 옷깃을 여미게 합니다. ‘늙은 어머니 발톱’ 이번 한가위 때 꼭 깎아 드려야겠습니다. 한가위 잘 보내시고 건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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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환숙(시인, 세계문인협회칠곡지부장)
-전 칠곡군청(구상문학관) 근무
-2008년 4월<월간 문학세계․시 세계>신인문학상으로 등단
-2010년 제10회 동서커피(맥심)문학상 수상
-구상선생기념사업회 이사
-칠곡문화원 이사
-향토경북 칠곡군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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