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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가 보내온 한 편의 詩]허공에 심연을 응시하던 그 눈빛

기사입력 2014.07.02 0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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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허공에 심연을 응시하던 그 눈빛

          구상시인 작고 10주기 부쳐

     

                                                                 오정국  

     

    영원속의 오늘은

    스승께서 굽어보시던 한강의 물결처럼

    저렇듯 무심하게 10년을 흘렀지만

    흰 수염의 너그러운 가르침과

    대쪽 같은 꾸짖음

    어찌 잊혀지는 물결이 되겠나이까.

     

    언어에도 혼(魂)이 있으니

    기어(綺語)의 죄를 경계하라 하셨듯이

    스스로를

    언어의 수도원에 유폐시키고

    시 구절 하나하나를

    구도(求道)의 몸 곳곳에 새기셨지요.

     

    시와 시인과 행동을 일치시킨

    시대의 사표(師表), 그러나 이런 말로는

    스승의 고뇌를 표현할 길 없습니다.

     

    적군묘지에서 눈물을 흘리시며

    좌우 이념의 무지함을 일깨워주시고

    전란과 독재 정권, 역사의 질곡과

    맞섰던 것이니, 홀로와

    더불어

     

    이 땅에서의 구원을 부르짖고

    오늘부터 영원 속의 천국을 살아야 한다.

    평생토록

    초월과 번민의 십자가를

    힘겨운 두 어깨로 받드셨던 것이지요.

     

    잠깐씩 허공을 응시하던 그 눈빛은

    어느 피안을 더듬었던 것일까요?

    지친 세상살이 인간군상을

    거기에다 옮겨놓고

    대속(代贖)의 참회록을 쓰셨던 건 아닌지요?

     

    스스로에겐 준열했지만

    언제 어디서나

    네가 앉은 자리가 꽃자리라던

    그 말씀, 미욱한 제자의 오늘 하루를

    봄빛 푸른 강가에 세워두고 있습니다.

     

    통회(痛悔)의 강이자

    명상의 일터로 삼으셨던

    곳, 강물은

    무심한 듯 흘러가지만

    울컥하고 목 메이는 물결입니다

    세세연연 새로워지는 물빛입니다.

     

     

     

    지난 5월 11일 안성추모공원에서

    구상시인 작고 10주년 추모행사에 다녀왔습니다.

    그 날 한서대 문예창작학과 오정국 교수님의 헌시 입니다.

    우리군 민선 6기 출범을 축하 드리며

    새로운 7월 나무와 같이 건강 하시고 꽃 같이 행복 하세요.

     

     

     

    여환숙

    (시인, 세계문인협회칠곡지부장)

     

    전 칠곡군청(구상문학관) 근무

    2008년 4월<월간 문학세계․시 세계>신인문학상으로 등단

    2010년 제10회 동서커피(맥심)문학상 수상

    구상선생기념사업회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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