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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곡의 명당(明堂)[독자기고] 이수헌 왜관농협 조합장

기사입력 2013.02.25 1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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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옛사람들은 풍수지리(風水地理)학적으로 자연으로부터 재난의 피해가 적고 지리적으로는 이로움을 많이 간직한 곳을 명당이라 했으며, 이러한 명당은 삶의 애환에 대한 기본적인 욕구이며, 궁극의 목표를 추구하는 으뜸의 생활 철학이라 하겠다.

     

    풍수(風水)는 장풍(藏風) 이라는 말에서 풍을 따고, 득수(得水) 라는 말에서 수(水)를 따서 만들어진 고유명사이며 바람은 막고 기맥과 수맥을 맞이한다는 이론으로 배산임수(背山臨水)라는 체계적인 풍수지리 학(學)로 발전 했으며, 인간이 자연에 대한 도전의 역사에서 바람의 피해를 제일 무서워 했기에 수(水)보다, 풍(風)을 먼저 앞세우는 풍수(風水)에 대한 학문은 우리민족 정신사에 중요한 뿌리로 자리메김을 하고 있다.

     

    칠곡 북서 관문의 명산인 금오산(金烏山)과 더불어 협곡을 사이에 두고 쌍벽을 이루며 마주보는 수문장 같은 영암산(鈴巖山)의 한냉한 북풍의 기류가 북삼(北三)을 향해 휘몰아 내리는 기점으로, 차가운 바람과 돌풍으로 인한 산울림이 계곡과 바위에서 쇠 방울 소리처럼 들린다고 하여 방울소리 령(鈴)과 바위 암(巖)을 합하여 영암산(鈴巖山)이라하였으며, 경상도 사투리로는 바위가 운다고 하여 “바울암산”이라고 하는 예쁜 이름으로 우리에게 전하고 있다.

     

    이와 함께 상대적으로 바람의 기류가 칠곡을 빠져나가는 큰 길목은 작오산 경계와 휴양림을 같이한 기반산을 사이에 두고 지금의 고속도로 상·하행선 휴게소 부근이며 그 중심으로 한 기류의 흐름은 작오산에서 곁가지처럼 뻗어나와 능선과 등선으로 이어져 등태(아곡동 자연부락) 마을을 기점으로 좌,우에 완만한 기맥의 능선을 따라 현재의 대구를 향한 고속도로와 함께 매원의 뒷들이 고, 음, 방(高音方)을 지명으로 하고 있다. 큰 풍우가 지나다니는 높은 소리길이 바람 길이며, 이곳 마을 사람들은 쉽게 발음이 나오는대로 “곰뱅이”라는 귀한 우리말로 간직하게 되었다.

     

    칠곡은 팔공산, 가야산, 금오산과 같은 명산들이 병풍처럼 지키고 있어 균형과 조화로움을 더하고 또한 강을 통한 완만한 수기의 흐름과 함께 안정된 기류의 완충 역할로 풍수해를 예방하면서 약목, 왜관, 북삼 분지를 크게 형성하였고, 이러한 들판이 한데 모여 준 평야지가 형성된 칠곡은 물산이 풍부하고 태풍과 풍우, 폭설의 피해가없으므로 하늘 아래 명당이라 하겠다.

     

    인근의 군위군과 청송군만 하더라도 산악지방의 난기류로 인하여 게릴라성 폭우가 한꺼번에 쏟아지고 매년 여러 번의 우박이 사과와 고추등 많은 농작물을 망가뜨려 농민의 많은 애를 태우고 있지만 우리 칠곡의 명당에는 여름철 불청객이 아닌 우박은 오히려 손님처럼 귀하게 맞이하고 있다.

     

    이곳 칠곡 명당에는 사람이 살지 않았던 유구한 태고적부터 장수와 복을 상징하는 선비의 모습과 같은 학들이 동물적 감각으로 자연 재난의 피해가 가장 적은 천혜의 칠곡 고을 중심 자리인 소학산(巢鶴山), 유학산(遊鶴山), 황학산(黃鶴山의 사각산(三鶴山)을 울타리하면서 산자락마다 길지의 좋은 자리에 둥지를 틀었고 사람 또한, 황학동(洞), 학산동, 학명동, 학하동(洞) 마을들이 옹기종기 어깨를 같이하는 사학동(四鶴洞)을이루며 살게 되었다.

     

    소학산(巢鶴山)을 쉼터로 하면서 자연을 벗하고 유학산(遊鶴山) 높은 정기위에 유유자적한 학들의 오르내림은 무아경의 경지라 하겠으며 군계일학의 군자로움은 부러움과 함께 고귀한 삶이며 새들의 으뜸이라 하겠다.

     

    이와 같은 학들은 본능적으로 사람보다 먼저 명당을 차지한 진정한 칠곡의 지혜로운 주인이라고 하겠다.

     

    2013년 2월 10일 谷村 이수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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