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보이스피싱 세 번이나 막은 북삼농협 백은미 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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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보도

[사람] 보이스피싱 세 번이나 막은 북삼농협 백은미 계장

"고객 재산 끝까지 지키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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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2년부터 북삼농협에서 근무하고 있는 백은미 계장. 그는 최근 "돈을 찾아오지 않으면 아들을 죽이겠다"는 보이스피싱 사기범의 거짓말에 속아 전재산 1천만원을 찾아 주려려고 했던 할머니를 설득해 범죄를 예방했다.

 

 

칠곡 북삼농협 직원이 2019년에 이어 지난 4일에도 보이스피싱 범죄를 막아 고객의 소중한 돈을 지켰다. 주인공은 북삼농협 본점에서 20년 가까이 근무하고 있는 백은미 계장(44·순심여고 출신). 그는 보이스피싱 범죄를 막은 공로로 지난 14일 칠곡경찰서장으로부터 표창패를 받았다. 칠곡인터넷뉴스는 백 계장을 직접 만나 당시 긴박했던 상황을 들어봤다.

 

 

당시 상황을 설명해달라.

 

80대 할머니가 창구에 오셔서 정기예금을 중도해지 하시겠다고 했다. 1천만원 이라는 큰 돈이기에 보이스피싱이 염려돼 돈을 어디 쓸 건지 물어봤더니 횡설수설하면서 돈을 꼭 가져가야 한다고 했다. 이상해서 책임자에게 보고한 뒤 다시 물으니 할머니가 마을에 아는 사람에게 돈을 빌려서 갚아야 한다고 했다. 그리고 수표는 안되고 무조건 현금으로 가져가야 한다고 했다. 전화기가 있다고 했다가 다시 말을 바꾸는 등 할머니의 행동이 너무 의심스러웠다.

 

■ 그래서 어떻게 했나.

 

문진표를 작성하면서 누가 시킨 게 아니냐고 물어봤더니 모두 아니라고 했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돈을 찾아 드렸다. 그리고 할머니가 밖으로 나가려고 할 때 혹시나 싶어서 전화를 했더니 휴대폰이 통화 중이었다. 보이스피싱 사기범과 통화 중이라고 확신했고, 할머니를 붙잡았다. 사기 같다고 말했더니 할머니가 나 죽는 거 보고 싶냐고 화를 냈다.

 

할머니를 설득하던 중 조금 전에 신고한 경찰이 도착했다. 그런데도 할머니는 사기 아니다며 수긍하지 않았다. 그래서 경찰과 집까지 같이 간다는 약속을 받고 할머니를 보내드렸다. 아니나 다를까 잠시 후 할머니가 돈을 가지고 왔다. 아들과 통화가 된 것이다. 그제서야 할머니는 어떤 사람이 아들을 납치했는데 돈을 안가져오면 죽인다고 했다며 털어놓았다.

 

■ 막고 나서 어떤 생각이 들었나.

 

그 돈은 할머니의 전 재산이었다. 만약 범죄를 막지 못했다면 할머니가 죄책감 때문에 정신적으로 큰 충격을 받으셨을 것이고, 그로 인해 건강도 악화됐을 것이다. 그렇게 되지 않아 참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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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 계장은 "고객들이 보이스피싱을 대수롭지 않게 여길 땐 속상하지만, 고객의 재산을 지키기 위해 더욱 적극적으로 안내할 것"이라고 했다.

 

 

■ 예전에도 보이스피싱을 막은 경험이 있다고 들었다.

 

2019년에도 비슷한 사건이 있었다. 한 할머니가 집에서 보이스피싱 사기범의 전화를 받고 1600만원 인출하려고 했다. 당시 할머니는 개인정보가 유출돼 은행에 있는 돈을 잃을 수 있으니 인출하라는 보이스피싱 범죄자의 거짓말에 속았다. 다행히 경찰에 미리 신고해 범죄를 예방할 수 있었다.

 

또 다른 사건은 한 고객이 거액의 현금을 찾으러 왔는데 보이스피싱 범죄가 의심돼 수표로 인출해드렸다. 수표를 현금으로 바꿀 때 신분이 드러나기 때문에 보이스피싱 사기범은 사용하지 못한다. 결국 수표를 찾아간 고객이 잠시 후에 다시 방문해 현금으로 바꾸려고 했지만, 사기가 의심된다고 설명했고 범죄를 막을 수 있었다.

 

■ 보이스피싱 수법이 점점 지능화되는 것 같다.

 

그렇다. 수법도 엄청 많다. 요즘은 스마트폰을 많이 쓰는데 보이스피싱 앱이 설치되면 전화기가 제어가 안된다. 경찰에 전화를 걸어도 보이스피싱 범죄자가 전화를 받는다. 노인뿐만 아니라 젊은 사람도 많이 당하기 때문에 항상 조심해야 한다.

 

■ 보이스피싱 예방하려면.

 

모르는 번호의 전화를 받지 않는 게 최우선인 것 같다. 받더라도 조금이라도 의심이 되면 끊어야 한다. 그리고 공공기관이나 금융기관 직원은 은행에 가서 돈을 찾으라고 하지 않는 것을 명심했으면 좋겠다.

 

■ 고객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은.

 

A. 북삼농협에서 일하면서 항상 고객의 돈을 지키기 위해 예방법을 설명하는 등 노력하고 있다. 그런데 보이스피싱 범죄를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고객이 생각보다 많다. 그럴 땐 솔직히 속상하다. 하지만 더욱 적극적으로 설명하는 수밖에 없는 것 같다. 앞으로도 고객의 재산을 안전하게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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